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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신 마취의 과정에 관한 두번째 글입니다.

글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쉽게 썼으며,

심화하여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비공개 댓글으로 메일주소 남겨주시면 아는만큼 답해드리겠습니다.

 


 

3) 유지 과정

 

 환자를 처음 재우는 건 이전에 서술한 것처럼 보통 프로포폴과 같은 정맥 마취제를 이용하지만,

 유지 과정에는 대부분 환자에서 마취 가스(흡입 마취제) + 진통제(아편계 약물)를 사용합니다.

 

 가장 흔히 사용하는 흡입 마취제가 데스플루란(desflurane), 세보플루란(sevoflurane)이란 약입니다.

 

 누군가는 물어보실 수 있겠습니다. 프로포폴 같은 정맥 마취제를 계속 주면 안되나요?

 

 이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1) 지속적 주입을 하려면 흡입 마취제에 비해 번거롭고(지속주입 장치가 필요, 정확성을 더하고 싶으면 고가의 정밀 장비가 있음),

 2) 수술이 길수록, 높은 용량으로 투여할수록 환자를 깨우는 시간이 가스에 비해 대체로 길어지며

 3) 정맥 마취제를 주는 혈관은 다른 약물을 투여하거나 수액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데 방해가 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바쁠 때는 잘 안하게 됩니다. 

환자의 회복의 질이 중요한 뇌 수술 마취 등의 경우에 적용하는데,

이까지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기 때문에.

 

일반적인 과정으로 돌아와서,

전신 마취라는 건 호흡을 스스로 못할 정도로 의식을 잃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었습니다.

그래서 인공호흡기가 필수고, 이에 마취 가스를 섞어주는 기계(기화기; vaporizer)가 합해져 있는 게 마취 기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인공 호흡기 + 기화기 = 마취 기계 라고 생각하시면 상식 수준에서는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취 가스가 유통될 때는 액체였다가,

기화기에서 마취 기체로서 섞여서 환자에게 들어갑니다.

그래서 기화기입니다.

 


 

진통제는 주로 아편계열이 들어갑니다.

여기서도 의문이 생기실 수 있습니다.

마취 가스로 재웠는데, 굳이 진통제가 필요한가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대체로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잘 때도 누가 안 건들면 잘 주무실텐데,

누가 꼬집거나 때리면 깨겠죠?

(하물며 칼로 찌르고, 전기로 지지고, 전기톱으로 자르는데..)

 

마취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로, 

의식을 잃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자극을 받으면

반사가 일어나거나 의식 각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 자극에 대응하는 양의 진통제가 필요합니다.

 

마취가스가 진통 작용이 있긴 하나 그 정도가 약하여, 

흡입 마취제만으로 일반적인 수술 내내 마취를 유지하려면

굉장히 많은 양을 틀어줘야 합니다..

이러면 또 환자께 부작용(주로 저혈압과 같은 심혈관계 억제 및 허탈)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정맥 마취제보다는 그 정도가 미미하나,

흡입 마취제도 많은 양을 오래주었을 수록 반감기가 길어져

깨우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마취 가스 + 아편계 약물 조합으로 부작용은 줄이면서 

잠자기 및 진통 효과는 최대화합니다.

이러한 현대 마취의 유지 방식을 balanced anesthesia(균형마취)라고 합니다.

 

재우는 거에 관한 용어는 hypnosis라고 하고,

통증을 줄이는 것을 analgesia라고 합니다.

 

주로 가스가 hypnosis를 담당하게 되는 거고,

아편계 약물이 analgesia를 담당하게 되는 거죠.

 

수술의 자극에 따라 이 가스와 진통제를 조절하면서

환자가 너무 억제되지는 않게 하면서, 깨지 않는 상태를 만들려고 애씁니다.

 

그 외 체온 감시 및 조절, 체수분 균형 조절(대사에 따른 수분 소모량 보충 및 출혈이 심할 경우 수혈),

신경근 차단 상태 유지, 기타 신체 변화에 대한 대처와 같은 활동을 마취 유지(maintenance) 시기에 하게 됩니다.

 

수술과 선생님은 수술에 만전을 기하셔야하니까, 

그 동안 환자가 살아있게 유지하는 게 마취과가 하는 역할입니다.

 

역사적으로 마취과가 외과에서 파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수술이 현대 의학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커지다보니,

수술 중 다양하게 생기는 상황에 따라

여러 도구들과 술기를 이용하여 환자를 살아있게 하는 마취과학도 성장했습니다

 


 

 

사족으로,

analgesia는 진통으로 번역하면 대체로 이해하시거나 의사소통하는데 큰 문제가 없겠으나,

hypnosis가 번역 시 의사소통에 가벼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나..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6판[각주:1]에 따르면

hypnosis 는 '최면'으로 되어 있는데,

우리가 일상 용어에서 쓰는 '최면'은 

'암시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이끌어 낸, 잠에 가까운 상태[각주:2]'

로 많이 생각하지 않나요...?? ㅋㅋ

 

최면술사가 나와서 '당신은 과거로 돌아갑니다'...

제가 어릴 때 티비를 너무 많이 본 걸까요 ㅋㅋ

최근에도 이근 대위한테 막 이상한 사람이 '잠이 안오냐' 이러는 영상 봤던 게 기억나네요.

ㅋㅋ 최면 그런 게 어딨어...

 

이 'hypnosis' 란 말은 그냥 잠자는 것과 유사한 상태를 얘기합니다.

Merriam-Webster 사전의 풀이를 빌리면

 

 

 

: any of various conditions that resemble sleep

마취 분야에서 저 말이 쓰이면 걍 가스, 약물 등으로 의식을 잃게 만든 상태를 의마하는 겁니다.

한글 마취 책에서도 '최면', '최면 효과'라는 말이 나오면

아마도 'hypnosis', 'hypnotic effect'를 말씀하고 싶으신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자는 것과 비슷한 상태', '의식을 잃게 하는 효과'구나 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면유사 효과' 하면 이상하려나.

(의학용어에서 -oid, 즉 무엇과 비슷한 것을 -유사 로 많이 번역합니다.

예전에는 '-양' 으로 많이 번역했는데, 순화되서 이제는 잘 안쓰는 것 같습니다)

 

몰랐다가 이 글 쓰면서 찾아봤는데,

표준국어대사전의 '최면' 표제어의

첫번째 뜻풀이가 '잠이 들게 함'이네요.

ㅋㅋ 그냥 제 어휘력이 부족한 거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머지 과정 설명은 또 다음에...

  1.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 http://term.kma.org/search/list.asp [본문으로]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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