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치면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착함과 악함은 천성일까
극 중 기우 엄마는 말한다.
'사모님은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게 다 내 거였으면 난 더더 착한 사람이었지.'
극중 기우 가족은 돈벌이를 위해
사모님을 속이고, 사장님을 속이고
기존 운전 기사를 쫓아내고, 가정부를 쫓아낸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 그들은 일자리를 얻기 전에는 곱등이가 지나다니는 반지하에서
맥주(필라이트.. 몰입도 깨는 몹쓸 PPL)와 과자로 끼니를 채우던 식구들이다.
돈이 다리미라든지, 부잣집 사람들이 구김살이 없다느니 하는 얘기는
나와 주변 사람들만 이야기 하는 사항은 아닌 듯하다.
부족한 것 없이 지내면 주변 사람들을 해코지 할 일이 줄어들고
삶이 팍팍하면 생존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팍팍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팍팍하게 살면서도 여유로운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사람이 대단한 거지 모든 개인이 힘든 상황에서 여유를 갖기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일견 박 사장 가족은 '무고하게' 살다가 참혹한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운전 기사와 가정부와 충분한 대화 없이 일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떳떳한 일인 것인가?
과연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과 재화를 지급하는 사람의 관계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가?
(영화의 구체적 상황에서 박 사장 가족이 잘못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우 가족과 기존 가정부 부부와 같은 자들은 일방적 해고를 당했을 때 구제 받을 방법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
극에서는 기우 가족이 웃음을 유발하며 기존 노동자의 자리를 대체하게 되지만
본질을 본다면
노동자들은 얼마나 안정된 고용상황에 있는가?
실직하였을 때 다음 취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는가?
아이러니 하게 취약 계층은 취약 계층들과 싸우게 된다.
서로 얽혀 있고 비슷한 상황에 있음에도
(한 쪽에서 토하면 다른 쪽 변기에서 오물이 올라오는 연출).
기우 가족과 기존 가정부 부부는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다가
서로 파국에 이른다. 취약 계층의 경쟁에 승자가 나오기 어렵다.
취약 계층은 이어지는 좌절 속에서 삶의 계획 따윈 없어지고,
삶의 철학 없이 무기력해져 살아지는 대로 살게 된다.
무계획이 계획이 된다.
살아남는 자 정도가 승자일 것이다.
그런 생존 경쟁 속에서 선하게 살아남는 것은 어느 정도의 확률로 가능할까?
심지어 그들에게는 애도할 여유 조차 없다.
제시카가 죽어 엄마와 기우가 애도하는 동안
바로 옆 다른 노동자는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다.
결국 기우는 웃는 수밖에 없다.
Life is a bad joke 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당연하게도, 웃는 기우의 모습은 더욱 절망을 부각시킨다.
죽은 이전 가정부 부부를 대신하여 벙커에 살게 된 기우 아버지의 메세지를 받고
기우는 아버지에게 자신이 저택을 살기 위해 돈을 열심히 벌 것을 다짐할 편지를 쓴다.
아버지가 계단만 걸어 올라오면 될 그날을 꿈꾼다.
반지하에 있는 기우를 비추는 장면에서,
앞 좌석의 누군가가 나지막이 말했다(뻥 아니고 진짜).
- 가망이 없구나
기우 가족은 정말로 다른 등장 인물들에 비해 악했는가.
우리 사회에서 선한 자는 취약 계층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