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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하다 보면 혈압을 상완(upper arm)에서 재는 것이 어려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팔, 어깨 등의 수술이라고 하면

수술 반대쪽 팔에 정맥로가 있다보니까

혈압 커프를 정맥로와 같은 팔에 하는 걸 꺼려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갑상선 수술이나 이비인후과 수술에서

집도의 선생님이나 assist 선생님께서

커프 부분을 건드리시면 혈압 측정이 원활하지 않다보니,

다리에 커프를 위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주장을 말하자면 이는 안전한 practice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취 중 혈압의 측정은 보통 저혈압을 발견하여 대응하기 위함입니다.

저혈압으로 인해 마취 후 합병증(AKI, MI, CVA ) 및 사망률 증가가 연관성이 있다는 부분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에서 혈압을 측정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1) 하지의 혈압이 보통 상완의 혈압보다 높으며,

2) 그 차이의 범위도 매우 다양하여

하지의 혈압 측정으로 상지 혈압을 correlation하여

저혈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표를 참고하시겠습니다.

Comparison of blood pressure measured at the arm, ankle and calf.

C. Moore, A. Dobson, M. Kinagi, B. Dillon

doi:10.1111/j.1365-2044.2008.05633.x

 

보통 하지에서 측정하시면 발목에서 많이 재실텐데,

수축기혈압(SBP)의 차이가 발목과 팔에서 평균적으로 약 18mmHg나 차이가 나며,

환자에 따라 5mmHg 낮을수도 있고 41mmHg 높을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 Mean BP(MBP)도 평균적으로는 8mmHg,

환자에 따라 -8.2mmHg 낮을수도 있고 24mmHg 높을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발목에서 잰 혈압이 정상 범위인 95/60 (73) 이라고 찍혀 나왔어도

실제 환자의 혈압은 70/45 (53) 인 경우가 그렇게 드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환자군은 20~64세의 수술방 종사자들과 학생들이었고,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들을 깨어있는 상태에서 측정하였습니다.

이보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나 심혈관 질환이 심한 환자들은

마취 중에 autoregulation도 안될 것이므로

이것보다 더한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30head-up을 하였기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일수록 상지와 하지의 혈압 차이는 크게 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팔과 다리의 높이 차이만큼 압력 차가 생기므로.

물론 autoregulation 때문에 높이에 의한 압력 차이만큼 나지 않았을 수 있긴 한데...

supine으로 측정한 연구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네요 ㅜㅜㅜ

 

어쨌든, 발목에서 혈압을 재면 실제로는 저혈압이 생겨 있는 환자인데 모르고 넘어갈 수 있고,

이로 인해 저혈압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자에게는 합병증과 사망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취 중에 하지에서 혈압을 재는 것은 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이냐? 라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1) 수술 부위가 팔이라 정맥로와 혈압 cuff를 같이 해야하는 경우

IV linecuff를 감을 때 cuffcuff 사이에 넣어서 위치시키면 역류 현상이 조금 덜합니다.

cuff가 팽창하면서 IV line이 같이 눌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서 항상 역류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관심이 좀 필요하기는 합니다.

역류가 좀 되는 경우 혈압 측정이 끝나면 line을 잠깐 open 상태로 틀어줘서

IV line이 막히는 걸 방지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상용화된 정맥로 역류방지 밸브도 있긴 합니다.

(제가 아는 상품명은 monofusion)

이것도 효과가 있긴 하지만 써본 결과 완벽하지는 않고,

중간중간 역류되지 않는지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집도의 선생님이나 assist 선생님에 의해 cuff가 눌려 interruption 되는 경우(ENT, 갑상선 등)

해당 부위에 보호용 팔 보호대를 설치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병원 중앙공급과에 만들어 달라고 하시거나,

마취용 circuit을 고정하는 쇠로 된 L자 고정대를 환자 팔 옆에 끼우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이 경우 조심하실 점은 보호대를 낄 때 환자의 어깨와 등에 약간의 padding이 필요하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술 침대와 매트 사이에 공간이 있어 끼울 수 있으면 거기에 끼우시면 좋고,

환자 어깨 바로 밑에 어쩔수 없이 넣으셔야 한다면

gel-pad나 솜으로 된 pad로 약간 padding을 해주시는 것이 욕창 방지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특히 쇠로 된 L자 고정대의 경우 끼우실 때 팔에도 padding을 좀 해주셔서

환자에게 압박이 되거나 피부 손상이 생기시는 걸 방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Arm-save의 경우

가끔 arm-save라 팔에 혈압계를 위치시킬 수 없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는 동정맥루를 이미 만들어놓은 쪽의 팔에 대해서는 맞는 말씀이겠으나,

앞으로 동정맥루를 할 환자라든지 유방수술에 의해 림프 순환이 손상된 환자는

cuff를 팔에 못 감을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 동정맥루를 할 환자나 유방 수술 환자에서 arm-save정맥을 손상시키지 말라는 뜻입니다.

cuff로 혈압을 잰다고 해서 정맥 순환이 손상되는 일은

제가 아는 한은 너무너무 드물 것 같고 확률이 0%에 수렴된다고 봅니다.

저는 그런 환자들은 비침습적 혈압 측정이 필요한 경우

다 팔에서 쟀으며 당연히 추후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동정맥루가 있는 쪽에서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cuff로 혈압을 측정하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4) ‘그래도 저는 발목에서 재렵니다하는 선생님들

,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면 어쩔 수 없겠죠.

(사실 저는 꼭 필요하면 A-line을 잡을 거 같긴 합니다만 ㅜㅜ)

다만 그럼 마취 전에 한번이라도 팔에서 혈압을 재보심이 어떤가 싶습니다.

그래서 팔과 다리의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시고,

추후 하지 혈압의 변동 정도에 따라

실제 혈압의 변화 추이를 생각하시어 대응하시는 것이 어떤가 싶습니다.

 

마치며)

최근 연구 결과 중에서는 단 한 번의 저혈압이라도 생기면,

생기지 않았던 환자에 비해

급성 콩팥 손상(AKI)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논문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엄격한 저혈압 예방 차원에서

저는 웬만하면 비침습적 혈압 측정은 앞으로도 꼭 팔에서 시행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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